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다양성의 인정에 대하여

shikishen 2005. 11. 1. 00:17

자기 전에 블로그에 들렀다가, 진주히메의 답글에 리플을 달고는 왼쪽편의 달력을 보고 10월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11월이 된다. 이 글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05년의 10월 끝자락에 시작하여 11월 첫 머리에 끝 맺게 되는 글이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여러가지 분야의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벼운 링크를 타고 돌아다니는 점은 일찌기 싸이월드가 대유행 시켰고, 그 이전에도 선구자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열어 상호 링크를 만들어 타인의 개인 공간에 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었다. 블로그의 트랙백 쪽이 좀더 고의성을 띈 방문을 유도한다는 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수많은 링크와 링크 사이에 존재하는 또 수많은 블로그와 포스팅들을 읽고 있노라면, 참 시간이 잘 가기도 하고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따금은 발끈하게 만드는 글들이 보여 괜한 덧글을 달아 포스팅 자체에 민폐를 끼치기도하고, 정말 비슷한 세대의 젊은이 끼리의 생각이 이다지도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몸에 돋는 소름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다양한 정보와 다채로운사상이 어우러진 가상 공간의 힘을 느낄 때도 많다. 아무튼, 블로그의 수에 각 블로그의 포스팅을 곱한 만큼의 다양한 사상이 뒤섞여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싸움이 이것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생각의 충돌이 블로그의 덧글과 포털의 덧글 안에서만 싸움으로 표현되고 오프라인에선 예의를 지켜가며 싸움을 회피하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인간 본연의 투쟁 본능의 발현을 키보드를 두들기는 물리적 행위와 결합된 사고의 피력으로 꽃피우고, 그렇게 해결된 본능을 다시 이성으로 진정시키며 세상을 예의바르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저멀리 떠나가 버린 사고의 발산을 주워모으기 바쁜 시간이 오기도 하고.

어쨌든, 타인의 다양성이 손에 잡힐 듯한 존재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공간이 블로그, 그리고 지금의 온라인 라이프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댄스댄스에 등장하는 양사나이의 말처럼, 가능한 멋지게, 흐트러지지 않고 능숙하게 춤을 추는 개인들이 스탭을 섞으며 다양한 춤을 선보이는 하나의 댄스홀이 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발을 밟지 않고, 타인의 춤을 방해하지 않으며, 대신 내가 디뎌나갈 스탭을 받쳐줄 현재를 확인하면서, 실로 능숙한 춤을 출 필요가 있는 댄스홀. 나는 몸치인 탓에 춤은 잼병이지만, 그래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는 어설프게라도 춤을 추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춤의 종류는 통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타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라는 장르로 사방팔방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내가 춤을 멋지게 추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춤이 멋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보기엔 이 무대에 저런 춤이 틀렸다고 생각할지라도, 그게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그것이 인생을 추는 나를 위한 배려이고 방패이고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누구나 당연히 하고 있겠지만, 이따금은 다른 사람의 발을 걸기도 하고 등을 밀치기도 하고 머리를 때리기도 하면서 춤을 추어 나가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깨닫고 있겠지....

올바로 능숙하게 춤을 추어 나간다는 것, 그리고 똑바로 산다는 것... 어려운 일이다. 알고는 있지만 항상 실천하기는 힘든 것이다. 때려죽인다 하더라도 싫은 음악과 싫은 춤은 있는 법이니까. 어디까지 배우고 어디까지 저항하고.. 이런 것들은 정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 수많은 다양성이라는 춤들을 인정하면서 흉내내기도, 창조하기도 하면서 나 또한 나만의 개성으로 춤을 추어 나갈 수 밖에. 못 추는 춤이지만, 부디 비웃지 말아 주시길. 그리고 다가온 2005년 11월에게 반가움의 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