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치라는, 개인적으로 관심없는 애니메이션의 3기 엔딩이던가 하는 노래 ほうき星(호오키보시)로 한동안 귀를 즐겁게 해준, 2005년 현재 17세의 소녀가수... 윤하라는 한국이름이 일본어 발음상 문제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암튼 ユンナ(윤나)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각종 포털 뉴스에서 '제2의 보아'라는 키워드로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아무튼 기획의도나 이런걸 넘어서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남의 나라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가수이기도 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17세면.. 나랑 10살 차이군.. 으음..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아무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사실 윤하는 이미 2005년에 약속이라는 곡으로 데뷔를 했단다. 우리말로 부른 약속이라는 곡과 일어로 부른 유비키리(손가락 자르기..가 아니고)라는, 두가지 버전을 내고 데뷔를 했는데 그게 2004년 10월이고 두번째 싱글이자 윤하의 이름을 나름대로 널리 알린 곡 호오키보시가 지난 6월이었으니 첫 싱글 이후로 어느정도 준비나 연습기간을 거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론 윤하의 곡들 중에선 우리말 버전인 약속이 가장 좋은 느낌인데, 첫 싱글이라 그런지 싱글자체에서도 기교 보다는 열심히 부른다는 느낌이 전해져 오고, 조금 서툰 느낌으로 슬픈 가사를 표현하는 느낌도 왠지 귀여운 느낌이라 좋다. 하나의 상품을 만들었다는 시각에서 보면 약간 함량미달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해도 할 말은 없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에 남의 나라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그녀의 입장이 그것을 보완해 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목소리도 좋고, 좀 더 나이가 들면 맑으면서도 파워풀한 싱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앞선 기대도 품을 수 있고 말이지.
그럼 굳이 이런 글을 쓰게 만든 터치라는 곡은 뭐냐.. 하면, 일단 윤하의 최신 싱글이다(2005년 9월 중순 현재). 그리고 아다치 미츠루 원작(일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아다치 미츠루 조낸 즐.)의 만화를 각색한 영화 '터치'의 삽입곡으로 쓰인 곡이다. 80년대 곡의 리메이크라고 하는 걸 보면 그때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아다치에 조낸 관심이 없는 관계로 잘 모르겠고, 암튼 윤하의 보컬로 재현한 80년대 쿵짝쿵짝 리듬이 좋은 곡이다. 좋은 곡이라고는 썼지만, 사실 커플링으로 수록된 발라드 넘버가 처음 듣기는 더 좋은 느낌이다. 어찌 들으면 좀 식상하는 느낌의 곡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 이 터치라는 곡의 느낌을 뒤집는 요소는 자주 들어서 익숙해 지는게 아니라 윤하의 PV를 한번 보는 것에 있다. 약속의 PV는 보지 못했고, 호오키보시나 그 후속곡이었던 もっとふたり(못또후타리)에서는 차분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요번 터치는 정말 다르다. 뭐.. 윤하에 대해 어느만큼의 애정이랄까 의리랄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순한 오도방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라이브까지 소화해 내는 터치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흐뭇해 지는게, 뭔가 숨겨져 있던 빠돌혼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듣자하니 일본 내에선 그다지 큰 반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뮤직스테이션에서 보아와 함께 나온 것에 대한 반응도 그렇게 뜨겁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윤하의 라이브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엄청난 긴장 -> 노래 시작과 함께 긴장 완화 -> 노래에 심취 -> 안도의 한숨 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는 사람까지도 긴장과 응원을 하게 만드는 그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수하면 안된다는 그 엄청난 긴장과 노력,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완성된 상품으로써의 보컬들과는 다른 신선한 매력이 아직 살아있다. 2005년 현재 일본에서의 신인가수 윤하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서.. 지현이와 보아 이후 처음으로, shikishen의 '우리' 연방에 윤하를 넣어주기로 했다. 그런다고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리는 없지만, 앞으로 내가 '우리 윤하'라고 한다고 해서 의아해 하거나 화내거나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앞으로 윤하는, '우리 윤하'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