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습을 손에 넣은 이후, 흄네(GBA SP)도 처분해 버리고 프습라이프를 살아왔다. 그러다가, 리지레이서즈에서 출발해 도꼬데모 잇쇼와 뱀파이어 크로니클을 거쳐 민나노 골프 삼매경에 빠진지 어언 4개월. 8월 1일자로민골의 챌린지 모드 전 아이템 획득을 달성하게 되어 민골을 접기로 하였다. 사실 신퍼트골프 모드의 정복이 남아있지만,그 남은 아이템까지 수거하기엔 너무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신지라... 그 라이벌이란 한참 떨어지는 구 기종 GBA의 수퍼로봇대전 OG2.운 좋게 입수하게 된 OG2 덕분에 모골의 간당간당한 미련도 가뿐히 접고 오랫만에 그바를 기동하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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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가 일케 후져보이는 기계였구나.....
하는 생각이 후두부를 직격.프습의 경이로운 퀄리티를 자랑하는 액정만을 바라보고 걸어온 지난 8개월은 그바의 액정을 이다지도 후진 액정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흄네의 발광액정도 아닌 오리지널 그바의 액정이 선사하는 화면의 충격은 플투 게임을 보다가 수패미 화면을 갑자기 들이민 충격이랄까... 그런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우연히 구하게 된 제3차 수퍼로봇대전알파(PS2용)을 막 시작한지라, 과연 OG2가 눈에 찰 것인가... 괜한 돈 3.5만원만 날린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품게 되었는데...
OG2 재밌다. 3차 알파를 예비한 듯한 인터페이스의 개량도 그렇고, 휴대기기의 특성과 롬팩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빠른 템포의 진행이 좋다. 사실 이게 OG2만의 장점이라고 볼 수 만은 없지만, 항상 로딩과 기기 종료의 타이밍을 계산하며 움직여야 했던 프습라이프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스팩이지만 그바의 경쾌한 기동력은 OG2의 장점인 것 같은 착각을 선사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반 시나리오 답게 적은 수의 적이지만, 아군의 강한 기체와 적군의 강한 기체를 잘 섞어 놓아,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 퍼즐게임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숙련도 획득 조건 획득 과정을 밟아나가다 보면 민골 9홀을 도는 것보다 강렬한 몰입도로 시나리오를 풀어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 '게임'의 조건.... 글픽과 스팩이 다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으로써 응당 지녀야만 할 게임으로서의 재미. 전국캐논과 계절을 안고서가 한국을 향해 달려오려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으니 쿄스케-엑셀렌-라미아와 함께 또 다른 전역을 해쳐나가야 할 것 같다. 휴대용 기기는 최대한 집에서 켜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는 있지만, A-R-OG의 전례를 볼 때 나의 플투는 조금 더 놀아야 할 것도 같다. 아아, 해야할 게임-하고 싶은 게임은 많고, 시간은 적다. 휴대용 기기 - 프습과 그바의 존재는 나의 메말라 가는 게임라이프를 적셔주는 한컵의 짠 물.... 바로 그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