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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내 지름 라이프
+   [펌질 혹은 바톤]   |  2006. 1. 24. 10:40  

존슨의 [구입은 온라인? 오프라인?] 에서 트랙백

내 인생을 지지해 주는 몇가지 축의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히트작 '노르웨이의 숲[국내명 상실의 시대]'에 보면, 고바야시(다카하시던가?) 서점이라는 곳이 등장한다. 요즘은 보기 힘든, 말하자면 작은 동네 서점이라는 분위기로 묘사되는 곳으로,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자주 가던 단골 서점이 딱 이런 분위기였다. 내가 굳이 그 분위기를 그 서점에 매치시켜 추억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서점은 지금은 없다. 작년에 올라가 보니 종합 문구점으로 바뀌었더라.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없고. 10여년전의 기억을 굳이 꺼내드는 이유는, 내가 오프라인에서 자주 구입하는 물품의 하나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보다 교양이라는 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를 않아서, 주로 동생 녀석이 사 모으는 교양 서적을 조금 뒤적이거나 유일하게 발을 담그고 있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들을 원서로 한 두권 읽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즉.. 1년을 가도 책을 2~3권 정도 밖에는 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상당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런데, 이 책이라는 개념을 소설 등의 교양 서적 밖으로 영역을 넓히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내 인생에 평생 가지고 갈 취미라고 아직까지는 믿어 의심치 않는 게임 관련 서적으로 가면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 온라인이라는 것이 개입하면서 당연히 게임에 관련된 정보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방대한 양을 얻고는 있지만, 종이라는 매체에 인쇄된 그림과 정보들에서 얻는 느낌은 모니터에서 얻는 느낌과 그 격이 다르다. 한달에 2~3권 정도의 게임잡지를 구매하고, 때로는 특별부록들 때문에 충동구매도 하게 되는 게임 관련 서적에 대한 지름은 당연히 오프라인에 한정된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책들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도 되지만. 파는 사이트는 있지만 더이상 개인 정보를 쇼핑몰 사이트에 팔아 넘기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책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데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냄새를 맡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작업 혹은 전공에 관련된 두꺼운 책들을 사는데에는 운반과 양의 문제로 온라인 지름을 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내가 책을 지를 때는 광화문에 위치한 효호훈호나 종로에 위치한 한히핸후히흐에서 책냄새를 맡으러 간다. 그렇게 사야, '책을 샀다'는 만족감이 가슴 속에 차오르기 때문이다. ...나 변태인가?

나라는 인간의 지름 라이프는 매우 편협해서, 책 이외에는 거의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금액의 저렴함도 물론 그 이유가 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무직 회사원인 내게 있어, 불규칙한 퇴근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사기 위해 그것을 파는 곳으로 달려가기엔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 주말을 이용하거나 할 수도 있지만, 지름신이 강림했다는 순간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이거 지금 사야한다. 안사면 나 이상해 질지도 몰라.]라는 그런 앞뒤가 맞지 않는 부조리한 느낌. 지금 당장 클릭질로 집에서 편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받아 볼 수 있다는 강렬한 메리트 앞에, 퇴근 후 여가 시간과 바꾸어 멀고 먼 매장까지 달려가야 하는 수고는 그 빛을 잃게 마련이다. 집에 가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하는데,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기전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택배 상자가 내뿜는 광채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여기에 한 몫 더하고 말이지. 때로는 택배 요금 때문에 가격적 메리트가 줄기도 하지만, 시간 절약과 퇴근 후 즐거움의 추가라는 매력 때문에 온라인에서 나는 온라인에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지른다. 음음.

하지만 내가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찌보면 '지름의 양념'은 바로 사람간의 정이다. 단골의 행복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컴퓨터 상점의 사장님에게 찾아가서 구입하는 공CD와 PC 소모품들은 용산의 할호홍힣히나 온라인 할인샾보다 조금 더 비쌀지는 모르지만, 사장님과 오랫만에 나누는 담소와 얻어먹는 커피 한잔-혹은 박카스 한병은 그 얼마 안되는 가격차이를 훨씬 매꾸고 남는다. 아니, 그런 것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젠 내가 직접 걸어서 가도 나를 알아봐 주는 단골 가게도 거의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단골의 행복은 이런저런 구차한 메리트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지름의 양념'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매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마일리지나 적립금이라는 형태로 단골을 구분하는 온라인 샵들도 많지만, 내가 자주 구매하는 호헨히호히라는 샵의 경우, 결코 비싸지 않은, 그렇지만 내가 자주 지르는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제품들을 기분 좋게 서비스로 보내주기도 한다. 얼핏 보면 그다지 쓸모없는 재고를 기분이나 내라고 던져준다고 매정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른 온라인 샵과는 다른 이곳의 서비스가 반갑고 좋다. 마치 어린 시절 자주 가던 문방구 아저씨에게 싸구려 문구류를 덤으로 받았을 때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기에. 수치로 환산된 마일리지나 적립금과는 다른, 확실히 사람 냄새가 나는 이 서비스가 나는 너무나 좋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오프라인의 정취라고 해야 할까. 온라인에서 만나 기분좋게 직거래를 마쳤을 때와는 또 다른, 빛나는 택배 상자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의 '지름의 양념'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참 줄기차게도 지르고 있지만, 그 지름 속에서 발견하는 저런 양념들이, 돈을 쓰는 행위 속에서 찾는 또 다른 자기 합리화이자 작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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