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습으로 이어오던 올 상반기의 휴대용 게임 라이프의 배턴을 이어, 봉인되어 있던 나의 그바를 깨운 것이 바로 이 수퍼로봇대전 OG2였다. 초여름에 구해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짙어가는 무렵 클리어를 했으니 꽤 오랫동안 가지고 논 게임이라 하겠다. 물론 지하철로 이동중에만, 하루 평균 1시간 미만의 플레이 타임으로 나름대로 노가다까지 했으니 결코 편하고 널널하게 클리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더스완에서 태어나 플투를 거쳐 그바에 정착한 오리지널 계열 최고의 캐릭터인 쿄스케=남부와 엑셀렌=브라우닝이 전작에 이어 주인공을 맡고, 원더스완 3부작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탑승기의 강화형으로의 진화까지 이루어내는 멋진 시나리오 전개가 한 축이 되었기에 일단 게임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충분히 만족하며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그바용 오리지널 시리즈 최대의 히트캐릭터인 A의 라미아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이 되고, SFC판 3차 수퍼로봇대전에서 플레이어를 괴롭히던 인스펙터의 시나리오와 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캐릭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길리엄 예거의 데뷔작 '히어로 전기'의 설정까지 가미되어 전개되는 시나리오 라인은 수퍼로봇대전을 꾸준히 즐겨온 유저들에게는 더 이상 원작이 존재하는 로봇들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알찬 구성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말하자면 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시나리오들의 믹스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이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임의 난이도는 전작 OG에 비해 약간 빡빡한 편으로, 알파 외전 이후의 어설픈 고난이도를 지향하는 제작자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수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은 멋지고 강한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축제 분위기의 난장판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점점 추가되는 여러가지 시스템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난이도 상승 혹은 하강 문제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면서도 오랜 팬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FC판 제2차 수퍼로봇대전 쯤부터 오랫동안 즐겨온 유저들은 지금쯤 게임에 투자할 시간이 많이 줄어 있기 때문에,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리셋 노가다의 남발은 결코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아무리 전투전 퍼센티지가 바닥을 긴다고 해도 그것이 0%가 아니라면 그 확률이 맞을때까지 게임 시스템을 넘어 리셋을 반복하여 전투의 결과를 새로 쓰는 최근 로봇대전의 난이도 설정이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시뮬레이션게임의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기야 이미 리셋노가다 빠진 로봇대전은 로봇대전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긴 하지만, 정말 합리적인 난이도를 생각할때 택틱스 오우거 등의 소위 잘 만들어진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스템과 난이도가 그립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최근 로봇대전의 시스템 발전과 난이도 사이의 딜레마는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단순히 나 자신이 진화하는 게임시스템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OG2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비록 최근 로봇대전 스타일의 악전고투 및 인내심이 필요한 지구전, 그러면서도 속전속결을 요구하는 숙련도 등의 좋아하지 않는 요소가 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쿄스케와 엑셀렌 콤비와 여기저기의 로봇대전에서 친숙하게 다뤄왔던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매력에 기대어 시스템과 난이도를 넘어 즐겁게 클리어 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바로 보여주고 있는 준PS급의 전투씬에서의 연출은 이쪽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개인적으로 매우 혐오하는 막굴렀쓰 7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땡굴눈 패랭이꽃이 잘났다고 설치는 D와 J가 맘에 안차서 패스하고 있던 차에, 정말 마음에 들면서도 뿌듯하게 플레이한 휴대용 로봇대전이 바로 이 OG2였다. 한번 클리어하고 나니 EX하드모드라는 게 생겨나서 2회차 플레이에 들어갔는데, 이쪽의 난이도가 꽤나 사악해서 과연 클리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어차피 OG라면 3회차 클리어는 기본이 아닌가. 3회차의 편하고 즐겁다는 스페셜 모드의 오픈을 위해 또 차근차근 EX 하드를 진행해야겠다. 앞을 막아서는 높은 운동성의 적들이야, 무한 리셋으로 묵묵히 뚫어주면 그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