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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한 밥집
+   [식도락]   |  2005. 8. 16. 18:24  


사실 체인점이라 분당의 맛집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괜찮은 밥집이었다. 나는 내근직 사원이라, 외근을 나갈 일이 거의 없다. 회사의컴퓨터들을 얼치기로 관리하고 있는 덕분에 한달에 한번꼴로 부품 및 소프트를 구하러 나가는 용산행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분당에 있는 에너지 관리 공단에 나갈 일이 생겨서, 팔자에 없는 분당을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가보니 분당을 넘어 용인이긴 했지만.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일정을 모두 마치고 공단을 빠져나오니 퇴근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동행했던 팀장님이 회사에 바로 퇴근하겠다는 것을 알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작은 우산 하나로 버티며 두리번거리며 밥집을 찾아 들어간 것이, 나름대로 유명하고 오래되었다는 이 밥집이었다. 콩비지와 청국장, 보리밥과 백반 비슷한 반찬이 나오는 이 메뉴가 이 밥집의 주력 메뉴였다. 체인점이니 레시피는 정해져 있겠지만, 처음 밥집에 딱 들어갔을 때 느껴지던 청국장 냄새와는 다른 깔끔한 맛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맛이라거나, 꼭 먹어봐야만 한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비오는 날 우연한 외근 끝에 비를 맞으며 찾아들어간 밥집에서 느낀 깔끔한 맛은 그 당시 꽤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이것 역시 꼭 이집이라서..라기 보다, 삼겹살에는 소주, 치킨에는 맥주가 어울리듯이, 비오는 날에는 역시 파전에 동동주..라는 룰은 참 기묘한 것이다. 해서 위의 푸짐하기 그지없는 식단 외에 파전과 동동주도 시켜보았는데, 파전 역시 참 깔끔한 맛이었다. 뭐랄까.. '파전'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레시피로 만들면서, 더도덜도 아닌 딱 파전을 만들어 냈다는 느낌이랄까. 그 가감없는 맛이 그 나름의 감동을 느끼게 했다. 물론 그렇다고 대단한 맛집의 발견이라는 말 역시 절대로 아니지만. 파전에 얼음이 살짝 언 동동주를 먹고 밥그릇을 비우고 나니, 오랫만에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유발하는 포식을 했다는 자각이 뒤늦게 들기 시작했다. 꽤나 부른 배를 안고 밥집을 나와, 3호선을 넘어 분당선 끄트머리의 전철을 타고 헤롱헤롱 집으로 오는 길이 상당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별거 없는 저녁식사였지만, 외근과는 인연이 먼 내근직 사원이기에 느꼈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좀 더 세월에 치이고 삶에 치이면, 이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다 못해 지겨워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생각에 조금 움찔하게 되긴 하지만, 항상 모든 것을 새로운 재미로 느낄 수 있는 나의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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