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카테고리에는 독후감을 주로 넣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는 정말 책을 읽은게 없어서 올해는 그냥 넘어갈 뻔.. 했다가,
팬픽을 하나 적어 보려고 하니 왠지 이 카테고리가 어울려서 여기에 적는다. 카테고리의 타이틀은 좀 거창하지만, 그런가보다..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일단 이 글은 짧은 소설 형식으로 쓸 것이고, 타이틀은 B'z의 いつかのメリ-クリスマス(이츠카노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곡에서 가져왔다.
곡의 가사에 살을 붙여서 짧은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적어보려 하니, 역시 그런가보다..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원곡은 B'z의 보컬 稻葉浩志(이나바 코시)가 작사를 하고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인 松本孝弘(마츠모토 타카히로)가 작곡을 한 곡으로,
각트-하마사키 아유미, 각트-아무로 나미에가 부른 버전의 영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의 베스트 앨범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삽입되기도 했고, 외톨이로 성탄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그런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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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つかのメリ-クリスマス-언젠가의 메리크리스마스
“서류 하나만 좀 부탁할게. 나 저녁약속 있어서 먼저 퇴근 할테니깐.. 간단한 거니까 어서 마치고 금방 끝날거야.”
팀장은 언제나처럼,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서류를 던져놓고 본인은 칼퇴근을 한다. 익숙한 일이지만, 성탄절 전야인 오늘까지 이러는 건 좀 얄밉지 않은가. 만들어야 할 서류의 스펙을 메모한 종이를 대강 훑어보니 그다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워드 프로세서로 30분 정도면 마칠 수 있는 양의 문서라고 가늠해 보고는 메모지를 책상위에 던져버리고 창가로 나섰다. 작은 사무실, 적은 직원 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직원들이지만 하나의 명절처럼 되어버린 성탄전야를 즐기기 위해 퇴근시간이 단 3분이 지난 지금 사무실엔 나 밖에 아무도 없다. 나는 저 얄미운 팀장이 지시한 고마운 서류 때문에 퇴근이 늦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이 되어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해가 짧은 겨울의 거리에 천천히 12월만이 품고 있는 느낌이 전해지는 가로등과 네온들이 켜지며 지금이 한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차가운 계절-12월이라는 것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을 느낀다. 창 밖에서 12월에만 느낄 수 있는 불빛의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어둠이 내려깔리는 거리는 네온 불빛의 춤추는 조명을 받은 사람들의 흔들림에 따라 거리 자체가 춤추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차갑고 쓸쓸한 즐거움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이 성탄전야임을 알리는 점포의 장식물과 거리의 캐롤송은, 나를 붙잡고 있는 서류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를 외톨이로 만들어 간다. 오랜만에 홀로 맞는 성탄전야에, 오래 걸리지 않을 서류를 뒤로 한 채 거리를 바라보며, 1년 전의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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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나는 이 사무실에 다니고 있었다. 퇴근을 빨리 하기 위해 점심시간과 담배피울 시간을 아껴가며 잔업거리까지 모두 해치우고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팀장은 또 퇴근 직전에 제법 많은 서류를 떠넘기고 간다. 도저히 내일모레 와서 하겠다는 말을 못할 정도의 양을. 실망하고 분노할 시간에 타자 30타라도 더 치는 것이 낫다고 애써 자신을 다잡고, 그녀에게 잔업이 생겼다며 사과한 뒤, 팀장을 향해 씩씩거리며 서류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시간 만에, 나는 기적적으로 그 모든 서류를 해치울 수 있었다. 만약 아침 시간에 저 서류를 나에게 던졌다면 퇴근 시간까지 마칠 수 있을까 말까한 양이었다. 서둘러 했기 때문에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마쳤다는 데 의의를 두고 PC를 끈 후, 코트를 걸치고 가방을 챙기고 전화기를 들었다. 겨우 일을 마쳤다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지금 출발한다고 사과하며 통화를 마쳤다. 그녀는 무슨 몸매 관리를 위해 어떤 운동을 했었는데, 그 운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하기 위해 좀 특이한 의자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12월 초였지만, 크리스마스에 생색을 내보려고 시큰둥하게 흘려들은 척을 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통신판매라도 이용해서 미리 사 뒀어야 할 터였지만, 모든 일을 임박해서야 처리하는 내 느긋한 성격 탓에 결국 성탄전야의 거리를 이리저리 뛰어야 다니게 되었다. 전에 봐둔 가게는 어쩐 일인지 일찍 문을 닫아버렸고, 거리를 3~4바퀴 돌며 가게를 뒤진 끝에,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 가게에서 그 의자를 살 수 있었다. 가게 종업원도 성탄전야의 약속이 있었는지 눈살을 살짝 찌푸리기는 했지만 내 주문대로 의자를 접어 루돌프와 트리가 그려져 있는 번쩍거리는 포장지로 포장을 해 주었다. 접어서 포장을 하기는 했지만 의자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도, 그렇다고 손에 달랑 들 수 있을 만큼 작지도 않아서 할 수 없이 가슴에 끌어안고 가야만 했다. 의외로 사람이 많지 않은 전철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의자를 짐칸에 올려놓을까 하다가, 괜히 끌어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내심 원하는 눈치였던 의자를 이제까지 모른척하고 있었으니, 내 의도대로 그녀를 놀래켜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녀와 보낼 오늘 밤을 기대하면서, 그렇게 행복해 하고 있자니 전철은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었다. 국철과 전철이 연결된 한적한 외곽 역도 성탄전야를 뽐내고 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