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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에 개를 묻다.
+   [이야기]   |  2005. 7. 12. 10:14  

식목일에개를묻다.(2003)


중학교때의일이다.학교를마치고집에왔더니아버지께서닭장쪽에앉아계신게보였다.가까이가보니,작고귀여운검은새끼강아지두마리가정신없이우유를핥아먹고있었다.도베르만핀셰르라는이름을가진,게임바이오해저드의크리처켈베로스로유명한개였다.그러나그건성견이되었을때의이야기이고,그당시엔대부분의강아지새끼들이그렇듯그저귀여울뿐이었다.내심콜리였으렴좋았을걸..하는마음이없었던것은아니지만,충분히귀여운한쌍이었기에금세그강아지들을좋아하게되었다.아버지께서는수컷은센,암컷은러브라는이름을붙여주셨고(나의센스는아무래도아버지영향인것같다.)몇번인가새끼를낳으며그렇게우리집식구가되었다.사실나는애완동물에게는그다지정을주는편이아니라,(미안하지만나는인간이더좋다.)마음내킬때만가끔가서만져주고밥도주고X도치워주고할뿐,그마음내킨다는때가한달에한번도안될때가많았다.
그렇게지내오다몇년전,암컷인러브가죽었다.나이는같았지만암컷이라그런지체구도작았고,여러번새끼를낳은터라그런지먼저죽었다.당시어떤사정에의해서난오랫동안집을비우고있던터라,죽은모습도보지못했고,묻어주지도못했다.당시내가느꼈던건센이혼자개집에있는모습이외로워보인다는것과,힘이세져서산책을데리고나가기힘들어져서묶어놓기만하느라그부분만가는목줄부분이왠지애처로워보인다는것이었다.오늘아침,오랫만에집에서눈을뜨고,군에간후배놈들에게편지를쓰고,아침을먹고화장실에가다가,부자연스럽게앞발을집밖으로내밀고있는센을보았다.개가15년을살았으면인간으론90살이라던데,그러고보면자연스러운일일수도있지만,기분은말로형용할수없는그런기분이었다.아버지는얼핏울먹이는듯한눈을하시고는,'일이바쁘니네가묻어라'라고한마디하시고는집을나서셨다.아는사람은알겠지만,우리집은휴일이따로없다.오늘은식목일이다.실제로나무를심는사람들이얼마나되는지는알수없지만,나는오늘처음으로식목일에땅을팠다.(군생활제외)그리고이미가스가차기시작한센을자루에넣어,묻었다.오늘은날씨가너무좋다.많은사람들은벚꽃놀이를가겠지.나역시도피곤하지만않다면기어나가서놀아제끼고싶었으리라.이제우리집대문앞을지키던큰개는없다.더이상내가온다고짖어주지도않고,잘라내서없다시피한짧은꼬리를열심히흔들지도않는다.매서워보이는생김과는달리온순하게머리를내밀고쓰다듬어달라는듯이바라보던검은큰개는,우리집뒤켠의햇빛이잘드는땅밑에잠들어있다.늘사진한장찍어둬야지..하고생각하고있었지만,이젠그사진은찍을수없다.그저내기억속에서여전히그짧은꼬리를열심히흔들며내가집에오는것을반겨주겠지.그리고바이오해저드를플레이할때마다,또생각이나겠지.잘가렴,센.난잘몰랐지만,널무척좋아했나봐.안녕.러브만나면,안부전해줘.안녕.


-이글은지난식목일에떠난센을보내고감상에젖어쓴글이다.지금은그자리를새로운도베르만이지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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