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갈현동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요리집이 있다.요리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작은 방에서 작은 인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라 가끔 이용하는 곳이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이 인연을 이어가는 작은 모임에서 오랫만에 이 요리집을 찾았다가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
뭐.. 온라인은 넓은 곳이라, 음식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을 마치 진짜 좋은 것은 먹어보지 못한 촌놈-찌질이들로 몰아붙이는 종자들이 있다. 그네들은 매끼니마다 얼마나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요리들을 챙겨먹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어 보이는 음식사진과 함께 그때그때의 추억을 담아 온라인 공간에 저장해 두는 행위를 싸잡아 무시하는 짓거리들은 그만 두어줬으면 좋겠다. 까놓고 말해서, 그런게 잘난척이다.
아무튼... 왼쪽 위의 술은 죽엽청주라는 술이다. 화교들이 경영하는 중국요리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술로, 고량주-이과두주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술기운이 부담없고, 대나무향(이라고는 하는데 실제 대나무향을 맡아본 적이 없다)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가는게 좋다. 물론 그렇다고 많이 섭취하기 유용한 술은 아니지만, 오랫만에 이런 분위기에서 한 잔 하기에는 어울리는 술이다. 다만 나 스스로가 술이 매우 약한 관계로 한 두잔에서 그치는 것이 좀 아쉽달까. 오른쪽 위의 요리는 호이궈로(?)인가..하는,돼지고기와 몇가지 야채를 매콤하게 볶은 요리인데, 술안주로 대단히괜찮은 요리였다. 이어서 왼쪽 아래는 식사로 주문했던자장면과 볶음밥. 매우 스탠다드한 선택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빈궁한 매력과 화교들이 하는 집치고는대중적인 자장의 맛이어서 좋았다. 화교들이 하는 중국요리집의 자장은 뭔가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느낌이 있기 마련인데 반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오른쪽 아래의 요리는 타이틀을 모르는데, 먹어보니 무척이나 느끼한 약밥이었다. 달고 느끼한 약밥을 다시 한번 기름으로 코팅한 요리랄까.. 사실 그렇게 나쁜 맛은 아니었지만 기름의 느끼함에 결국 손을 들고, 모였던4명이 한두 젓가락 거들고는절반가량 남기고 말았다.
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이 곳은 동네에 위치한.. 소위 동네장사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작은 방을 차지하고 약간은 소란스레 식사와 잡담을 즐기고 있는 4명의 청년들에게 전혀 아무런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 좋다. 그러면서도합리적인 가격도 그렇고, 공간도 나름대로 아늑하다. 음... 이렇게 칭찬을 해 놓으면 나중에 소개를 받아 찾아간 다른 사람들이 [전혀 다르다!!]라는 비난을 해댈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랴. 나는 좋다고 느끼고 있는데. 나중에 연신내-갈현동에 오실 분들은 타이밍 맞춰 함께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진들은 클릭하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