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99)
이야기 (33)
식도락 (11)
구암뿌루와 (20)
전자오락 (29)
죨리매니아 (4)
활동그림들 (13)
노래 (33)
아무튼 문장을 쓴다 (5)
멀리 나들이 (9)
열어보고 싶은 대가.. (16)
펌질 혹은 바톤 (26)
폐기문서함 (0)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Total :
+ Today :
+ Yesterday :
  

 

 

 

세이버 마리오넷 J - 배틀세이버즈(한정판)
+   [전자오락]   |  2005. 7. 18. 12:05  

2005년 3월 12일, 모 동호회 사람들과 모여서 오랫만에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며 놀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한 형님께서 지참하고 오신 몇개의 소프트가 모두를 경악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세이버 마리오넷 J - 배틀세이버즈(이하 배세)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는 세이버 마리오넷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여 PS 초창기에 발매된 3D 격투게임으로, 원작에서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 게임이다. 원작의 특성상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을 능숙하게 조작하게 되는데, 조작체계는 KOF 스타일의 8방향 레버와 약-강, 펀치-킥의 4개 버튼을 채용하고 있으며 엿같은 조작성을 커버하기 위해 R1, R2버튼으로 간단 필살기 입력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투신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투신전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단축키를 사용한다고 해서 투신전의 기술 입력이 이 배세만큼 엿같다고 욕하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싶다. 적어도 투신전에서 에이지의 숨겨진 필살기 염인수라파(파동권 커맨드 3회 + 강베기-23623623+세모)도 PS 순정패드(두알쇼크 말고)로 낼 수 있었던 본인의 손가락으로 도저히 이 게임의 파동권 커맨드는 넣을 수가 없어서 반드시 R1버튼으로만 기술을 사용해야 했다는 점을 여기서 분명히 밝힌다.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엿같은 조작감은 단지 커맨드 입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이후로 반드시 탑재하고 있는 소위 초필살기가 이 배세에도 존재하는데, 초필살기의 입력은 전 캐릭터 공통이다. 각 캐릭터마다 새로운 커맨드를 익히게 강요하기엔 배세의 게임성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제작진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애써 재작진의 무성의를 배려로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매뉴얼에 기재되어 있는 커맨드표는 426426+강펀치(세모)... 보통은 4123641236+세모로 표기할 텐데 어째서.. 라는 의문은 곧 게임을 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여타 격투게임들이 그러하듯, 이게임도 소위 기게이지(수퍼콤보 게이지든 분노게이지든 그루브 게이지든 아무튼)에 해당하는 게이지가 존재하는데, 공격을 하거나 맞거나 하면 차오르고, 가득차게 되면 조금씩 감소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격투게임과 큰 차이가 없는 익숙한 시스템으로 이 게이지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저 공통 커맨드 초필살기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 헌데.. 당연히 4123641236+세모의 커맨드를 아무리 비벼도 기술은 나가지 않았다. 몇차례 시도해도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것을 보고 매뉴얼을 다시 살펴보니... '캐릭터 2명분의 거리에서(의역)'라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전세계 2천만 모탈리언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지.. 다시 게임을 붙잡고, 4-2-6-4-2-6... 딱딱 끊어서.. 마치 모탈컴뱃의 페이털리티를 시전하듯... 십자키를 두드리고 세모버튼을 누르는 순간 작렬하는 초필살기... 오호라, 커맨드가 담고 있는 페이털리티와의 유사성에서 암시되듯 화려한 연출과 막대한 데미지의 강력한 기술이 화면을 뚫고 뿜어져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배세라는 게임은 사람의 기대를 막연히 팽개치는 캐릭터 게임의 전형을 보여주는 화면을 디스플레이할 뿐이었다. 화면 암전이나 집중 효과 따위는 전혀 없고, 그렇다고 기술이름을 힘차게 외치는 것도 아닌, 슥 미끄러져 들어가사 난무, 혹은 살짜쿵 다가가서 매가리 없는 잡기 몇번.. 조용히 패드를 땅에 내려놓고 그 자리에 모여있던 모두는 생각했다. 캐릭터 게임이 다 이렇지 뭘..


 
뭔가 쓴 입맛을 다시며 그래도 뭔가 재밌는 요소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캐릭터를 고르고 나서, 위에 언급하지는 않은 또 하나의 요소.. 파츠 셀렉트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원작의 반영인지, 아니면 그저 게임만의 요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고르고 대전을 시작하기 전, 2개의 파츠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파츠 셀렉트. 그런데 파츠의 이름이 데카펀치, 데카킥...흐음. (데카-큰, 큼직한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대강 예상을 하고.. 파츠를 고르고... 로딩이 끝나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화면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예상 그대로.. 플레이어의 기대 그대로.. 대책없이 키워놓은 펀치와 킥을 달고 자신 만만하게 서있는 것이었다. 폴리곤이라는 기술이 도입된 3D 격투게임에서 종종 등장하던 이펙트.. 캐릭터의 신체 일부분을 크거나 작게 불리는 연출. 파이터즈 임팩트나 철권2 플스판이 등장했던 당시에도 그저 재미삼아 한 두번 해보고 집어 던지게 되는 시시한 연출을 자그마치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발전시켜 게임중에 삽입한 제작진의 경이적인 발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후 그 꼴을 한 캐릭터들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 조용히 트레이 오픈 버튼을 누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한정판의 내용물을 조금 들여다 보기로 했다.

큼지막한 한정판 케이스를 열면, 자랑스러운 디스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디스크를 들어내면 일러스트집이 한 권..

그 일러스트집을 들어내면.. 요즘은 보기 힘든 단색사출의 SD 캐릭터 피규어가 3개 들어있다. 디테일도 사출 상태도 결코 볼만하다고는 예의상으로라도 말하기 힘든 것들인데, 케이스 측면을 보면 알록달록 도장되어 있는 피규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설명... '당신의 패드를 예쁘게 꾸미자!!(의역)' 그렇다. 이 피규어들을 예쁘게 도색한 뒤, 심심하고 길기만한 패드선 중간중간에 끼워서(피규어의 손부분으로 패드선을 잡을 수 있게 되어있다. 잡는다기보다는 끼우는...) 심심하고 단조로운 패드의 분위기를 화악 일신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이랍시고 집어넣은 것이었다. ...이런 한정판이 나오니까 한정판이라는 말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구입한지 몇년이나 되었다는 주인장 형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보아도 이 피규어를 감싸고 있는 봉지는 밀봉.. 이런걸 설마 아까워서 뜯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일 것이고..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결론은 이거다. 전형적인 캐릭터 게임, 무성의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게임 구성, 무의미한 한정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한정판 구성물이라는 삼위일체 구성을 보여주는 쓰레기 게임이라는 것. 만약 이 글을 읽은 그대가 돈이 아무리 처남아 돌아도, 쿠소게임을 모으는데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면, 그 어느곳의 게임매장을 지나다가 배세를 발견하게 되면 과감히 비웃어 주고 지나쳐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끝으로 이 게임을 구입하고 소장하고 계신 주인장 형님께 경의를 표한다.


 
 
        
<<이전 | 1 | ··· | 182 | 183 | 184 | 185 | 186 | 187 | 188 | ··· | 199 | 다음>>

shikishen's Blog is powered by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