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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방문기 - #4 [2005년 12월 25일_삿포로 시내, 크리스마스 저녁]
+   [멀리 나들이]   |  2006. 1. 14. 13:37  

6. 삿포로 시내-크리스마스 밤

 박물관을 나서, 다시 가라면 못 갈 것 같은 길을 구비구비 돌아 팩토리로 향했다. 삿포로 맥주 팩토리라고는 하지만 예전에 공장이 있던 터에 새로 올린 쇼핑몰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 길가에 있던 한 절의 글귀가 재밌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진의 글귀는, [남의 험담은 거짓말이라도 재미가 있고 내 험담은 정말이라고 해도 화가 난다]라는 것으로, 어쩐지 최근의 네티켓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느낌이 새로웠다.

 팩토리에 도착하자, 누군지 알 수 없는 가수의 어떤 행사가 진행중이었고, 밤에 보면 정말 멋질 것 같은 대형 크리스카스 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재미있는 것은, 팩토리의 입구와 통로 군데군데에 공장에서 쓰고 남은 듯한 파이프라던가 기어 등을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장식해 두었다는 점이었다. 이곳이 지금은 쇼핑몰이지만 원래 삿포로의 이름을 걸고 맥주를 만들던 곳이었다는 긍지를 남겨두고 싶어 했던 것일가. 감상도 좋지만 아무래도 맥주만으로는 배가 고팠던 탓에 무엇을 먹어볼까 하다가, 회전 초밥집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초밥은 원래 아무거나 잘 먹긴 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것은 없었는데, 동생은 계속해서 사모-서몬, 연어-만을 집어 먹는 것이 수상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값도 싸지만, 홋카이도에는 연어가 많이 잡히고 또 그 맛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연어 초밥이 그래봐야 연어초밥이겠거니.. 하고 시험삼아 하나 먹어보니.... 어째서 연어에서 이런 맛이!! 라는 생각이 얼른 들 정도로 맛이 달랐다. 나는 맛을 묘사하거나 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어서 뭐라 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먹었던 연어 초밥과 게 초밥의 맛은 초밥의 맛에 대한 개념의 깨부수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맛없는 초밥들만 골라 먹으러 다녔을 수도 있겠지만, 쇼핑몰에 위치한 바쁜 회전 초
밥집의 초밥에 쓰인 연어와 게(참치나 오징어도 훌륭했지만)의 질은 서울 인근에서 맛 볼 수 있는 이런 저런 초밥들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연어에 한해서 만큼은.

 이럭저럭 초밥을 집어 먹고 어느정도 포만감
을 만끽하며 초밥집을 나와, 이번엔 테레비토오(테레비탑)에 가보기로 했다. - 텔레비전 탑이나 TV탑이라고 적는 것이 정상이겠
지만 굳이 테레비토오라고 적은 것은 테레비토오의 상징 캐릭터 테레비 토오상(테레비 아버지) 때문이다. 그 멋져버린 쌍판을 허접한 사진으로나마 감상해 주시길 - 초밥집을 나와 팩토리를 나오자 점심시간이 갓 지났을 뿐일 태양이 슬슬 서쪽을 향해 스퍼트를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계를 다시 보았지만 1시가 갓 지난 시간이었는데 태양의 위치는 서울에서라면 거의 4시 정도의 위치에 가 있었다.

 금방이라도 해가 질 것 같은 위험한 분위기였지만 동생이 추천하는 삿포로의 명물 테레비토오를 보기 위해 꾸역꾸역 걸어 오오도리 공원으로 향했다. 오오도리 공원은 소위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지는, 몇 블럭에 걸친 큰 공원으로 테레비토오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테레비토오는 기념품 점과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전망대는 유료인데다 낮에는 그다지 풍경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하여 기념품점만을 둘러 보았다. 테리비토오상 캐릭터 인형과 굿즈, 홋카이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시로이 코이비토, 그리고 팬더를 패러디한 담파 및 곰 캐릭터 관련 굿즈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폭주족 양키 곰인형이었다. 선물로는 그리 적합해 보이지 않아 사진만 찍었지만 정말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인형들이었다.

 테레비토오를 나와
오오도리공원을 조금 걷다보니 뭐라 형용키 힘든 형태의 우리말로 된 간판도 있었고, 한국의 닭둘기와 그 사이즈를 겨룰 법한 닭둘기들, 그리고 닭둘기를 내려다보는 까마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낮의 오오도리 공원은 그다지 볼 것이 없는 넓은 공원에 지나지 않아서, 간사이에서 보았던 남바 거리와 비슷한 구조의 타누키코오지로 가보기로 했다. 타누키코오지는 상가건물이 밀집된 거리가 몇 블럭이나 계속되는 곳으로 의류에서 가전제품까지 여러가지 종류의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쇼핑의 거리였다. 원래 너구리가 드나드는 작은 길이라는 뜻이라던가 하는 의미와는 꽤 다른.. 그런 곳이었다.

 이 곳의 타이토 직영 게임센터를 잠시 들렀다가, 최근 가동을 개시한 코나미의 드럼매니아V2, 기타프릭스V2를 동생과 함께 세션으로 즐겨보고 북두의 권 격투게임, 철권5 DR을 해 보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은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북두의 권은 사우저 플레이어 한명을 가볍게 누르고(처음 해본 게임이었고 캐릭터는 켄시로였다) 라스트 보스 라오우에서 패배, 철권5 DR은 처음 만져보는 리리로 플레이하여 몇 승 정도를 할 수 있었다. 북두의 권은 플2로 이식이 되어야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철권5 DR은 이미 국내에 풀리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역시 기타도라V2에 가장 관심이 갔고, 몇 번 세션 및 솔로 플레이를 해보고 다시 게임센터를 나와 저녁에 예정된 크리스마스 파티에 쓸 KFC의 치킨과 국내에는 없는 모스버거라는 체인의 모스치킨을 사고, 홋카이도에서 본 역 들 중 가장 컸던 삿포로 역으로 가서 전차를 타고 동생의 집에 들렀다가 동생의 학교 친구 집에서 모인다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갔다.

 파티라고는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몇 명 모여서 조촐한 저녁 식사 후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는 것이었다. 나는 동생의 형이라는 입장이자 손님으로 그 자리에 끼었지만, 무척 녹슨 내 일어 말하기에 대한 미묘한 느낌과 함께 대학생들의 자그마한 술자리의 느낌이 남아 꽤나 재미있는 자리로 남았다. 커플부대의 공습을 피한다는 핑계로 도망가 일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맞아본 기독교 혐오론자의 성탄절 술자리치고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자그마한 파티였다.

 시간은 많이 늦지는 않았지만 마침 뉴스에서 홋카이도 전역에 폭설이 휘몰아친다는 뉴스가 나와, 예정보다 조금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되었다. 갈 때도 눈은 결코 적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내린 눈의 양은 실로 경악할 만한 양이어서 발목을 훨씬 넘는 높이의 눈길을 밟으며 역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감동적일만큼 눈에 휩싸인.. 그런 조용한 성탄절 밤이었다. 역에 설치된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 덮인 역을 지나, 동생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왠지, 아주아주 꼬맹이적에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던 시절의 나와 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기독교는 싫어하지만,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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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클릭해서 보면 크게 볼 수 있다던가...

#5 [2005년 12월 26일_노보리베츠로. 지코쿠다니, 마호로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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