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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방문기 - #1 [2005년 12월 24일]
+   [멀리 나들이]   |  2006. 1. 1. 10:10  

이 여행기는 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기억을 충실하게 적어두기 위해 좀 쓸데없는 곳에서 시시콜콜해지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내가 늘 그렇듯이. 가족의 지원이 거의 없는 속에서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주고있는, 내 착한 동생에게 깊이 감사하며,다녀오는 동안 선물과 함께 나의 무사건강을 빌어주었을지도 모르는 분들께도 또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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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공항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커플들을 피한다는 거짓 슬로건을 내걸고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사랑하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 여행길.3년 만에 떠나는 일본행은 기대하고 있던만큼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다만,여행경비를 마련하는 과정이 남에게 말하기 힘들 정도로 구차하고 처절했던 기억만이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인터넷의 힘 덕분에 정말 적은 노력으로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는 것.

 인터넷의 힘은 네티즌의 이름을 빌린 찌질이들의 힘이 아니라 거창해 보이는 어떤 일을 할 때 생각지 못한 편리함을 제공해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달까. 오랫만이자 태어나서 두번째 나가보는 일본행, 그리고 8개월만에 만나는 동생 덕분에 살짝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나 공항 리무진 버스가 온다는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10시 도착 예정이었던 버스는 9시 55분에 도착을 했고, 구파발에서 수색까지 시내를 살짝 지나 인천 공항 고속도로를 달려 1시간 10분이 조금 안되는 시간으로 나를 공항에 대려다 주었다.

 집의 프린터에 잉크가 떨어져 출력하지 못한 몇가지 문서를 출력하기 위해 PC방을 찾다가, 인터넷 카페에서 폰 번호를 팔았더니 30분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메일 출력 및 인터넷 이용을 하며 출국 전 마지막 블로그 덧글질을 한 후, 동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 주려고 하는 동생의 여친님을 만나 선물을 건네 받고 버거킹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고 보면 인천공항에 오면 언제나 버거킹이 아니면 켄치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출국을 하건 아니건 간에.

 식사 후에 시계를 다시 보니 출국 심사대를 통과할 시간이 되어 동생의 여친님과 헤어져 게이트로 들어갔다. 내 앞뒤로 일단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 끼어있었더니 검사관 처자가 중국어로 나를 안내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우스운 마음에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참 다국적으로 생기셨네요.]... 닝기리.. 검사관한테 개길수도 없고.. 출국 직전에 조금 마음이 상하고 게이트를 통과, 14번 탑승구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고 별다른 탈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창가 자리가 없어서 통로쪽에 앉아 있었는데, 내 여행이 언제나 그렇듯 옆자리에 아리따운 아가씨는 앉지 않았다. 이륙 후 기내식이 나올까 안나올까를 조금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사히 캔맥주만이 나왔다. 이런 시간대에 기내식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씁,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경기담집을 읽었다. 이윽고, 3년전 찾았던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2. 간사이 국제 공항.

입국 심사대에선 3년전과 같이 소수의 일본인과 다수의 외국인들이 몰렸다. 기나긴 줄의 중간에서, 내 뒤에 서있던 처자들의 한국말을 듣고 새삼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 보았다. 그 처자들은 킨키 키즈의 콘서트를 보러 간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3명의 처자와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앞의 처자와 처음 3명의 뒤에 서 있던 처자들도 같은 목적으로 가는 것이었다. 오오 쟈니할배, 당신의 킨키는 대성공이어요.

수속을 밟고 킨키 팬들과 헤어져 홋카이도의 동생에게 NTT의 공중전화로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다시 2층의 ANA 창구로 향했다. 가방안의 물품중 일본행 선물이었던 스타우트 캔이 문제가 되어 동생여친님의 선물과 교체를 하고 티켓팅을 마쳤다. 간사이발 홋카이도행 비행기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3~4층의 쇼핑몰을 돌아보았다. 간단한 기념품점과 각종 식당이 위치해 있었는데, 조금 실망하며 걷던
중 저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3층 한쪽 구석에 위치한 오락실은 태고의 달인과 몇가지 경품게임, 뿌요뿌요 선, 수퍼리얼마작 p7등이 설치되어 있어 그럭저럭 시간을 죽이기엔 괜찮은 환경이었다.

 전에 간사이에 왔을 땐 그냥 지나가는 역이었을 뿐이었는데 잠시 들러가는 환승역으로 만난 간사이는 시간을 죽이며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곳이었다. 내가 내린 뒤에는 끝났지만 JAL에서 크리스마스 특집 핸드벨 공연도 했었다고 한다. 남은 것은 트리들 뿐이긴 했지만. 적당히 시간을 죽이다 시간이 되어 탑승구로 향했다. 눈 때문에 결과적으로 약 1시간 남짓 딜레이가 있었고, 눈 속을 뚫고 신치토세 공항행 비행기는 간사이를 뒤로 했다.

 이번에는 창가자리에 앉았던 내 옆자리에는 아리땁고 몸매좋은 여성이 앉아주기는 했찌만 무려 인도인이었다. 그 인도인 특유의 냄새.. 게다가 그 옆의 통로쪽 자리에는 그녀의 연인인 듯 보이는 백인이앉아서 허용가능한 수준의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간사이발치토세 행 야간비행은딜레이 때문에 일정이 조금 흐트러졌고, 예상을 뒤엎고 맥주도 없는 애플쥬스만이 제공되는 야간 비행은 그리 기분 좋은 기억이 되지는 못했다. 결국 남은 것은 동경기담집의 첫 에피소드 우연의 여행자를 다 읽은 것 뿐.

3. 치토세, 숙소 도착.

눈에 뒤덮인 새하얀 신 치토세 공항에서 짐을 찾아, 무거운 짐을 끌고 신치토세 공항 출구를 나온 것은 예정보다 1시간 이상이 지난 뒤였다. 오랫만에 만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 JR에 올랐다. 교토로 갈때 탔던 한큐 특급 같은 전차를 타고자리를 잡고 나서야 한숨돌리고 동생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소곤소곤 일본과 한국의 개그 이야기를 하며 킥킥거리게 되었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그 오랫동안의 갭이 별로 없는 느낌이었달까... 원래 둘이서 하나인 우리 형제의 변치않음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었다. 신삿포로 역에서 내려, 무겁고 시끄러운 가방을 지고 끌며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버스 시간에 가까스로 맞출 수 있었다. 한국이라면 좀 황당하지만, 홋카이도-삿포로에서는 해가 4시경에는 지기 때문에 저녁시간이 일찍 시작되는데다 저녁이면 거의 틀림없이 내리
는 눈발 때문에 10시면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고 통행 도한 줄어드는, 서울로 치면 밤 12시에 임박한 듯한 분위기의 거리가 되어 있는 터라 버스 시간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어찌어찌 마지막 남은 막차 버스를 타고, 도로에도 3~4cm는 쌓여있는 눈위를 달리며 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리는 일본의 버스에 탄 것도 오랫만이었지만, 일본에서 막차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 이래저래 바쁘고 정신없었던 것 같다. 동생이 살고 있는 오오아사 라는 동네에서 내리자, 온통 눈으로 뒤덮인 한적한 동네가 눈 앞에 펼쳐졌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 근처도 공기는 매우 좋은 편이지만, 이 동네의 공기는 차갑고 청정하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검은 하늘과 하얀 눈의 대비 탓이었을까, 매우 잘 만들어진 눈사람-후에 내 멋대로 유키타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을 보고 과연 눈의 본고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허기를 달랠 삼각김밥 형태의 오무라이스와 [줄서서 먹는 집의 라멘]이라는 기묘한 이름의 컵라멘을 사들고 동생의 아파트로 향했다. 작지만 있을 것이 다 있는 아파트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사온 것으로 저녁 요기를 하고, 동생과 맥주 한캔을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길고 험난했던 여정이었던 듯한 느낌과 함께, 약한 취기를 빌미로 자리를 펴고 잠이 들었다. 두번째 일본행의 바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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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5년 12월 25일]로 계속... 파란은 언제쯤 닫기 태그를 허용해 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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