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99)
이야기 (33)
식도락 (11)
구암뿌루와 (20)
전자오락 (29)
죨리매니아 (4)
활동그림들 (13)
노래 (33)
아무튼 문장을 쓴다 (5)
멀리 나들이 (9)
열어보고 싶은 대가.. (16)
펌질 혹은 바톤 (26)
폐기문서함 (0)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Total :
+ Today :
+ Yesterday :
  

 

 

 

홋카이도 방문기 - #2 [2005년 12월 25일_아침]
+   [멀리 나들이]   |  2006. 1. 2. 23:22  

인간이 게으르다보니, 기행문을 적는 템포가 단지 2번째 챕터에서 늘어지고 말았다. 새해 첫 근무부터 강림하신 야근신께서 명하시다보니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가 없다. 감질나시더라도 양해해 주시라.

==============================================================================================

4. 아침 식사, 외출

01234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을 때, 동생은 익숙한 살림꾼처럼 일어나 TV를 켜고 밥을 하기 시작했다. 두번의 비행과 막판에 달린 피로 탓인지 나는 영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동생의 반찬 지글거리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아침인데도 제법 재밌는 연말 특집 방송들의 기운을 받아 못이기는 척 이부자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동생의 능숙한 솜씨의 아침 식사 준비는 자취 8개월 차라기엔 지나치게 능숙했고, 밥과 김치, 미소시루와 소시지 야채볶음으로 구성된 식단과 맛은 상당히 노련한 실력을 갖추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아우여, 마침내 형을 뛰어넘었구나. 크흑.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열어 밖의 경치를 보자, 과연 눈으로 뒤덮힌 동네와 희뿌연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엄청나게 눈으로 뒤덮힌 세상을 본 것이 오랫만이랄까 생전처음이랄까, 그런 어떤 종류의 감격까지도 느껴졌다. 전방에서 군생활 하고 오신 분들은 콧방귀를 뀌실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눈 덮힌 광경의 박력은 직접 와서 한번 보시길 바란다.

 아침 설거지를 하는 동생을 뒤로 하고 B'z의 [언젠가의 메리크리스마스]를 들으며 느긋한 아침 목욕을 즐기며 못된 형 놀이를 조금 하고, 뒤이어 동생의 준비를 기다려 이윽고 계획했던 삿포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동생의 아파트에서 가까운 학교 교정을 통과하여 오오아사 역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눈 덮힌 학교와 동네의 분위기는 제법 외국이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풍경이었다. 아무도 없는 크리스마스 아침의 대학 교정에 쌓인 눈의 느낌을 뭐라고 설
명해야 할까.  

 나는 예수쟁이들을 싫어하는 종자지만 실연에 한 해를 불태운 솔로이기에 그 느낌을 스스로 더 미화시킨 감은 있지만서도. 눈 덮힌 거리를 조심조심 지나 오오아사역에
도착해 보니, 조용한 시골역이라는 느낌이 드는 작은 역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일단 역근처의 은행에 들렀는데. 캐릭터 산업이 넘쳐나는 일본이라곤 해도 ATM 기계에 까지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삿포로 북양은행의 캐릭터들을 잠시 보고 있자니 이런 식으로 대중,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은행을 친숙하게 하는 전략에 대한 고찰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느낌이었다.

 잡생각을 하기에는 일정이 빡빡해, 용무를 마치고 은행을 나서 다시 오오아사 역에 들어갔는데, 올때는 보지 못했던 계단의 눈사람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잠시 후 역에 도착한 JR을 타고 몇 정거장 지나, 동생의 안내에 따라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가기 위해 '나에보 역'에서 내렸다.
 
=========================================================================

#3 [2005년 12월 25일_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계속...


 
 
        

shikishen's Blog is powered by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