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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방문기 - #9 [2005년 12월 27-28일_삿포로로, 그리고 한국으로]
+   [멀리 나들이]   |  2006. 4. 9. 21:11  

11. 온천 호텔을 떠나며

창문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잠에서 깨었다. 이른 아침의 맑은 햇빛이 비쳐 들어와 방이 환해지는 것을 느끼며 조금 뒤척이다, 일어나 앉아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운을 걸치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식당에 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 있어, 식당은 꽤나 복작거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는 간소한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부페식이었는데, 일본식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싱거운 맛이었다. 낫토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퍼다 먹어 보았지만, 결국은 밥과 국, 간단한 고기요리들로 요기를 하였다. 개인마다 조금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침식사였지만, 기본으로 그저 제공되는 식사치고는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일단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가, 아침 목욕을 즐기기 위해 다시 탕으로 향했다. 날이 바뀌어, 남탕은 본격적으로 푸른 하늘을 보며 즐길 수 있는 노천탕으로 바뀌어 있었고,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노천탕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탕을 돌며 얼마나 즐겼을까, 기념품을 사기 위한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남겨놓고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탕에서 나왔다.

 방에 들러 유가타와 가운을 벗고, 어제 입고 왔던 옷으로 다시 갈아입은 뒤 언제 다시올 수 있을지 모르는 호텔방을 휘 둘러본 후 기념품 점으로 향했다. 전날 징기스칸을 먹었던 가게와 인접한 기념품 가게에 들러 부모님을 위한 기념품을 몇가지 사면서, 욘사마의 나라에서 왔냐고 반가워하는 아주머니와 짤막한 대화를 나누다 시간에 쫓겨 마호로바 앞으로 돌아왔다. 올 때 탔던 버스가 마호로바 앞에 대기하고 있었고,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는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차창 밖에 보이는 노보리베츠의 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윽고 버스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왔던 길을 되짚어, 버스는 다시 삿포로 시내로 향했다. 올때와는 달리 맑은 날씨가 기분 좋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온천 호텔을 떠나는 것은 그렇게 상쾌한 기분만은 아니었다. 버스는 태평양이 보이는 해변 도로를 달려, 나와 동생을 삿포로 시내에 내려주었다.

12. 삿포로에서 마지막 쇼핑, 마지막 밤.

버스가 내려준 곳은 오오도리 공원. 이틀 전 구경을 나왔던 거리였다. 이틀만에 보는 테레비토오를 보며 아는 광경이 나왔다고 혼자 즐거워하다가, 일단 요기를 하기로 하고는 북오프 맞은편에 있는 모스버거에 들어갔다. 이틀전에 들렀을 때는 파티용 치킨만 사가지고 갔었지만, 한국에 없는 체인점의 유명한 버거가 먹어보고 싶어 하바네로 칠리 어쩌구 하는 햄버거를 시켜 보았는데 이름에 비해 그다지 매운 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햄버거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타누키코오지와 요도바시 카메라를 지나며 계획했던 것들의 쇼핑을 끝냈다. 시기가 나빠 미처 구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동생의 안내로 충분히 재미있게 구경하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라오케에 들러 한국에 없는 JPOP들을 불러 보았는데 묘하게 음정이 다른 느낌이었다. 대략 더 힘들다고 해야하나...

 가라오케를 나와 저녁에 쓸 냉동 징기스칸과 주전부리를 사서 눈길을 걸어 동생의 아파트에 돌아갔다. 동생이 솜씨를 발휘한 야키소바와 징기스칸에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다. 제법 바쁜 일정탓이었을까, 많은 곳을 돌아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만족감과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여 꿈에 나온 듯한, 그런 밤이었다.

13. 집으로.

조금 여유있게 일어나, 동생이 마지막으로 차려주는 아침을 먹었다. 뭔가 잊어버린 것이 없는지 짐을 체크하고, 동생의 여름 옷가지들을 챙겨 두배가 된 여행가방을 끌고 아파트를 나섰다.

 전날 맑았던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아침부터 흩날리는 굵은 눈발이 조금 불

안했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길이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길을 나섰다. 일단 신삿포로에서 JR을 타야 했기 때문에 처음 올 때와 같은 길을 걸어나갔다. 나가는 길에, 처음 왔을 때 점찍어 뒀던 눈사람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이지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준수한 눈사람이었는데, 멋대로 유키타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혼자 괜히 좋아했더랬다.

 유키타로와 사진을 찍고 주변을 다시한번 둘러본 뒤, 여행가방을 짊어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시간의 한가한 버스를 타고 신삿포로 역에 도착해서 왔을 때와 반대의 방향을 더듬어 JR에 올랐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오랫만에 만난 동생과의 해후에 기뻐하고 한국과는 다른 밤시간의 홋카이도에 당황하고 했었는데, 그래도 한두번 다녀본 길이라고 묘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JR은 이윽고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고, 곧바로 ANA 창구로 가서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동생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뭔가 그럴 듯한 것이 먹고 싶어 식당가를 돌아봤지만,
결국 라멘을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아사하카와 쇼유라멘이라는 것을 먹었다. 곧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먹었더니 무슨 맛인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못 먹을 맛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라멘을 먹고 게이트로 가서 시간을 확인하고는, 동생에게 작별을 고하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런데 예상밖의 트러블이 생겨버렸다. 밖에 눈은 그쳐있었지만 기상 상태를 점검하느라 약 1시간 동안 딜레이되었기 때문에 결국 지나치게 일찍 들어간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간사이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갈아타는데 드는 여유시간이 1시간 남짓이었기 때문에, ANA의 직원들이 다가와 간사이에서 내리면 조낸 뛰라는 친절한 경고도 해 주었다. 여유롭게 잘 놀고 막판에 이게 무슨 꼴인지...

 결국 파란 하늘을 날아 간사이에 도착한 후, 말 그대로 조낸 뛰어 한국행 비행기가 기다리는 게이트에 도착해보니, 이쪽도 조금 딜레이가 되어 결국 간사이에서도 30분 가량 늦게 비행기가 이륙하게 되어버렸다. 좀 우습긴 했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탈 수가 있었고 예정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공항에서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구파발에 와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갈 수록 뭔가 남는 것 없이 많이 뛰어다닌 것 같은 여행길이었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한다는 홋카이도 여행을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고, 전의 간사이행과는 달리 비교적 풍요로운 여행길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돌릴 정도로 호기로운 여행길은 또 아니었지만서도..

 아무튼, 돌아온지 거의 100일만에 여행의 기록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인간이 게으른 탓이라는 자조섞인 반성을 해 본다. 올해도 일본이든 어디든 여행을 떠나보고는 싶지만, 없는 살림에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다음번에 멀리 나들이 가게 되는 곳은...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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