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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 2006. 5.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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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앰프를 열자, B'z가 OCEAN을 노래한다. 좋은 노래다. 여름을 예감하는 조금 서늘한 주말 오후에 듣기에도 나쁘지 않구나. 이 망할 비 때문에 일정이 엉망이 되었고, 일요일까지도 불투명해져 버렸다. 씁,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하기엔, 소중한 휴식이 황당하게 찾아온 것이 왠지 서럽고 억울하다. 눈물을 흘리고 싶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에 우는 건 정신병자 뿐이리라.
문득 디카를 뒤져보니, 이런 사진이 나온다. 싱그러운 가정의 달 5월의 어느날, 문득 생각나 찍어보고 올려다 본 풍경이다. 이런저런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차용하는 이미지. 난 뭐한다고 사는 걸까나. 쌩뚱맞게 대지에 뿌리를 박은 시멘트 전봇대에 몸을 걸치고 이리저리 뻗은 전선들의 어지러운 궤적이, 내 삶의 궤적과 비슷한 것 같아 처량하다. 저 전선들이 어딘가와 어딘가를 어떻게든 이어주고 있듯이, 내 시간들도 어지럽게는 흐르더라도 제대로 어딘가에 나를 데려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때는 친구를 부르자. 퇴근길에 쉽게 들릴 수 있는 조금은 번화한 골목의 조금은 한가한 맥주가게에 들어가 간단한 안주를 벗 삼아 맥주를 마셔보자.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겠지만, 넥타이를 제법 피곤한 척 끄르며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자못 맛있다는 듯 맥주를 마셔보자. 그리고 마르고 딱딱한 안주를 우물거려 보자. 뭐, 이런게 나름대로 건전한 일상의 해소법이라면 말이지. 음... 문득 살을 뺀답시고 금주 선언을 했던게 언제였던가 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 둔다. 아무려면 어떠랴. 먹다 남은 것을 싸온 발렌타인 17년산 한모금을 쪼꼬렛 안주에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지. 비가 망친 오늘 하루의 우울함의 진짜 원인 따위는 생각지 말자. 내일은 일요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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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 2006. 3. 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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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래볼과 함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소년만화 유유백서에 보면, 다중인격을 지닌 캐릭터가 나온다. 다중인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른 떠올리는 흘러간 개그맨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 캐릭터-센스이-는 상당히 깔끔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요괴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성광기라는 기를 사용하고, 기탄을 모아 발로 차서 날리거나 성광기로 갑옷을 만들어 낸다거나 하는. 그 출신과 살아온 배경과 캐릭터성이 상당한 카리스마가 있던 캐릭터였다. 센스이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아무튼 다중인격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라 적어본다. 다중인격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대상은 바로 글을 적고 있는 본인. 대략 의심가는 분류를 적어보면... 일단 어린시절 접은 문학소년(청... 그래, 이제 곧 중년..)의 꿈을 간직하고 문장을 쓰고 읽는 것에 집착하는, 어린시절에 머물러 있는 인격 '희운(가명,영문명 Keny-일본명아오키,정신연령 16세 가량?)'이 있는 것 같다. 이 녀석은 책을 좋아하고, 아무튼 읽고 또 쓰고 싶어하지만 다른 인격들에 밀려 마음속 어딘가를 정처없이 방황하는 것 같다. 키시단의 '원 나잇 카니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적인 감성을 담당하는 듯. 두번째로, 희운에서 분열된 것으로 파악되는 '희작(가명, 영문명Maiyaha-일본명 키사쿠,정신연령 45세 가량?)'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희작은 음란한 것을 대단히 좋아하고, 대략 사춘기에 접한 야설과 야겜, 야동으로 인해 음란물과 특정 캐릭터성에 집착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음담패설을 즐기고, 희작이 밖으로 돌출된 경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담패설을 지껄여 대서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으며, 특히 술자리 등에서 자주 튀어나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번째 인격은 아주 가끔 나타나는 '시준(가명, 영문명Dane-일본명로구로,정신연령 37세 가량?)'. 대단히 냉소적이며, 정말 다른 사람처럼 열심히 일을 하고, 냉정하고 재수없는 조언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고, 독설을 즐긴다. 한때 실존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직장 생활 및 특정 알바 장소, 초 진지한 술자리에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사실 그 존재 여부에 의심이 있다. 네번째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인격 '식희(가명, 영문명 Shiki-일본명 色,정신연령 24세 가량)'. 희작과는 다른, 로맨스가 포함된 야함(음란과는 다름)에 대한 동경이 있으며, 스스로를 동정이라고 가장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가식적인 성격으로 파악된다. 귀차니즘과 적당주의를 베이스로 구라와 진실을 반씩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주위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특기. 다행히 아주 못된 놈이라는 평가까지는 가지 않은 듯하다. 지금 시점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마도 이 '식희'인 듯. 노래를 못하면서도 노래방을 즐기는 이율배반적인 면과 비디오 게임 및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면도 '식희'의 특징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희귀하게 발현되는 여성형 인격 '희자(가명, 영문명 Anna-일본명 쥰코정신연령 10세 가량)'. 서술하기 좀 부끄럽지만, 눈물이 많고 질투가 심하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가식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인격이다. 갑자기 눈물을 쏟기 시작하면 '희자'가 밖으로 나온 것으로 생각해 주시면 되겠다. 또,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적개심을 내뿜는다거나(보통 질투에서 시작된다), 패주고 싶을 정도로 재수없이 약한 척하는 리액션이 나올 경우 희자가 밖으로 잠시 나온 경우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소심한 부끄럼쟁이라 표출되더라도 오래 있지는 않는 듯. '아오키'와 사이가 좋은 듯하고, 'Dane'을 미워한다. .....라는 것은 어떨까? 이정도면 다중인격이 아니라 거의 정신분열 수준이 아닐까... 음...설마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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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 2006. 3. 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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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여가 선용 중에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퀴즈가 있다면, 아마도 그 정답에 여행이 하나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여행. 언젠가부터 여행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게 되어버린 것 같다. 계획을 짜고, 공부를 하고, 짐을 싸고, 집을 나서는 매 순간이 설레임으로 가득차게 되는, 그런 여행. 다른 이들은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르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느낌과, 그럼으로써 얻게 될 어떠한 종류의 놀람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세상은 놀람으로 가득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처럼 썰을 풀었지만,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다.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외국이라면 더욱더. 우리나라도 먼 옛날 호기롭게 떠났던 지방 순례를 제외하면 또 없다. 하지만, 내 소박한 여행은 중고물품 직거래를 위해 찾아가는 처음 가보는 서울 시내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군대에서 후임들을 놀리는 말 중 하나인 '서울이 다 너희집이냐?' 라는 말 속에서 굳이 뼈를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 그것은서울특별시에 살아도 서울의 구석구석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미지의 장소를 어떤 이유에서건 찾아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나타나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놀람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소박한 놀람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뭐가 그리 신기하냐고 한숨을 내쉬고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소박한 놀람에서 느끼는 감동과 행복이 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즐거운 일이 아닐까? 어쩐지 쪼잔하고 소심한 A형적 사고방식이라고 비아냥 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유럽에 가서 몇 백년도 더 된 건축물이나 예술품을 보면, 소양이 적은 사람일지라도 어느 정도는 놀라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감동을 제대로 맛 보려면 아무래도 그 분야에 조예가 깊거나, 여행 전에 목적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공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푼 기대도 함께. 전혀 준비나 공부나 조예와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라면 앙코르 와트를 가고 디즈니 랜드를 간들 어떤 감동과 놀람을 남기고 돌아올 수가 있을까? 그냥 다녀왔다는 증거인 기념품과 디카안의 촛점 흔들린 사진들 외에. 여행을 가려면 공부를 하라는 요지가 되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놀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살자는 것 되겠다. 놀랄 수 있는 준비라는 말이 좀 우습긴 한데, 바꿔 말하면 사소한 것에 감탄해 보자는 이야기 되겠다. 사실 유명한 여행지에 가서도 막상 도착했을 때 그 소박함에 기가 차는 경우도 있고, 문헌을 읽고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 모든 것에 놀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알아보기 힘들게 닳은 비석이라고 해도 그 비석에는 닳아온 세월과 손때가 묻어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절터라고 해도 한때 거기 웅장함을 자랑하며 서있던 영광의 반증이 바람에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 초라함에 실망하고 볼 것 없다고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럼으로써 놀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준비. 사소하고 작은 마음의 움직임에서 감동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햄스터가 굴리는 끝없고 지겨운 챗바퀴 같은 나의 일상도 항상 놀람으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발견한 하나하나의 놀람들은 내가 걸어가는 길의 역사가 되어 줄테고.우리네 인생이 언제나 거대하고 웅장하며 지극히 아름답고 수려한 디테일로 가득찬 일상이 되기 힘든 만큼, 어차피 안주하게 될 현실의 소소함을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 그것을 놀랄 수 있는 준비라고 해두고 싶다. 놀랄 수 있는 준비라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 결국사소한 것에 대한 마음씀과,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공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감사. 뭐 그런 것이 아닐까? 퇴근 전에 갑자기 한가해 져서 이런 것을 쓰고 있는 지름신의 사도가 하는 생각과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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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 2006. 2. 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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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연휴 끼어있던 주가 끝났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기 바랍니다. (빨리도 적는다...) 2. 목-금 양일간 회사 이삿짐 정리 건으로 강원도 문막에 다녀왔습니다. 등짝과 어깨와 허리와 허벅지와 손아귀와 팔목과 팔뚝이 아픈 것만 빼면 후유증 없이 건강히 잘 다녀왔습니다. 노가다를 통해 회사 윗분들과 정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3. 생일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가다를 하며 맞이한 생일이지만 너무나 기쁜 하루였습니다. 다들 감사드립니다. 4. 2주 전에 적은 레미오로멘의 코나유키라는 노래에 빠져 있습니다. 노래 정말 좋군요. 나중에 여유되면 엄청난 최루드라마라는 1리터의 눈물도 볼까 합니다. 5. 근데 왜 안하던 경어로 적고 있을까요? 6. 1월에는 건프라를 거의 못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게임을 열심히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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