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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_해당되는 글 33건
2005.09.02   [앞선 남자 행동수칙]이란다. 그럼 [앞선 여자 행동수칙]은? 6
2005.08.20   WALKING REPORT 4
2005.07.20   혐한류..라는 만화의 한장면 1
2005.07.12   바람 

 

[앞선 남자 행동수칙]이란다. 그럼 [앞선 여자 행동수칙]은?
+   [이야기]   |  2005. 9. 2. 08:51  

백금기사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일단은 며칠 전 길거리에서 퇴근길의 남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전단지(?)의 내용입니다.

타이틀은 앞선 남자 행동수칙이라고 하는데, 살짝 꼬투리를 잡아보면..

앞선 남자는 좀 이성을 잃죠.앞이 그냥 서지는 않을테니. 그리고 그건 남자가 마초라서가 아니라 수컷의 본능인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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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남자 행동수칙

‘부장님의 룸살롱 행 권유에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압니다’

‘김 마담과 2차 나갈 돈을 모아 부모님 비상금을 챙겨드립니다’

‘업소 아가씨와 2차를 나가는 대신 그 돈으로 자기 관리에 투자합니다’


‘2차 대신 집에 갔다. 20만원 굳었다’

‘모든 여인을 품을 수 있는 자유. 그러나 한 여인을 사랑할 수 있는 나의 선택’

'몸과 마음 모두를 아내에게 올인합니다'


'회사 법인 카드를 2차, 3차 접대 유흥비로 탕진하지 않습니다'


'사랑과 성을 돈으로 사지 않습니다'

=====================================================================================================

일전부터 참 말이 많은 집단이다. 여성부. 최근에는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바꿨단다. 가족보다는 여성이 우선시 되는 것 같은 네이밍 센스는 치사한 마초의 말꼬투리 잡기가 될테니 일단 패스. 어쨌거나, 대한민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의 역사 속에서 차별과 함께 해 온 상대적 성이 여성이니, 전세계에 전무한 정부부처라도 하나쯤 있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의 존재로 인해 다른 나라가 만들면 욕먹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을테니. 어딘가의 기업에서는 어떤 부장님이 룸가자고 꼬시는 회사.. 없지는 않을게다. 많은 남자들이 찾는 밤X라는 사이트도 있지 않은가. 근거가 전혀 없는 억지주장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통상적으로 저 전단지가 살포된 시간에 퇴근 교통편을 기다리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 모두가, 나아가 대한민국의 남성 모두가 저런 관행을 즐기며 살고있는 부르주아 마초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뿌린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분노하고 지적해야만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그 지적을 담아 말장난을 조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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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여자 행동수칙

‘과장님의커피전문점행 권유에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압니다’

‘친구보다 좋은 명품 살돈을 모아 부모님 비상금을 챙겨드립니다’

‘업무시간에 싸이질을 하는 대신 그 시간으로 자기 관리에 투자합니다’


‘친구 생일 2차 호스트바대신 집에 갔다. 30만원 굳었다’

‘신데렐라를 꿈꿀수 있는 자유. 그러나현모양처를 바라볼수 있는 나의 선택’

'몸과 마음 모두를 가족에게 올인합니다'


'회사에서 결혼비용만 모으고 무책임한 퇴사를 하지 않습니다'


'결혼 상대의 조건을 돈으로만 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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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놓고 보니 조낸 치사해 보이는 말장난이지만, 만약 이걸 읽은 여자분이 기분이 나쁘셨다면 그 이상으로 저 윗글을 읽고 기분 나빠 했을 남자들이 많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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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REPORT
+   [이야기]   |  2005. 8. 20. 23:19  


생각해 보면, 걷는 것이 너무나 즐거울 때가 많았다. 항상 즐겨 입는 편안하고 심플한 옷에 약간 헐렁하게 신은 신발과 함께 태양이 하품을 하는 한적한 도시를 걸어다니는 건 너무나 즐거운 것이다.

언제나 약속이 있어서-사람을 만나기 위해, 용무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도시로 나아간다. 지금의 나는 자유로움 그 자체를 만끽하고 있는 젊은이인 것. 버스가 토해내는 인파 속에 섞여 적당히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올라서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걷기 시작했을 때의 그 기분….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익숙한, 혹은 익숙지 않은 거리를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나가는 건 내 자유의 표현인 듯 가볍기만 하다. 남들보다 조금 빠른 걸음을 옮기며 내 옆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눈을 굴리며 1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이런 저런 사람을 보며 때론 놀라고 또 때론 웃으며 레이싱 트랙을 미끄러지는 유유한 레이싱 카처럼 사람들을 헤쳐나가는 것은…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걸을 수 있다는 것, 남의 방해받지 않고 내키는 데로 걸어다닌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다. 지하도도, 육교도, 보도도, 때론 한적한 산책로도 내가 가진 걸음걸이의 자유를 받쳐주는 소중한 공간인 것. 그곳의 풍경들, 그리고 시간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것인 거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걸어다니는 것은 즐거운 거다. 거리와 도시는 계절마다 틀린 색과 풍경을 제공하고 하루하루 차츰차츰 그 공간의 보행을 즐기는 것은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는 증거다.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목이 마르면 차가운 생수 한 통과 함께 잠시 휴식도 찾고, 가끔 귀에 있는 이어폰의 음악도 내가 이동하는 시간이 즐거운 것임을 증거하고 나는 그 시간을 소중한 것으로 만듦에 성공한다.

가끔 모르는 곳을 혼자 힘으로 찾으려 할 때는 꽤나 재미있을 거라는 예감에 절로 흥이 나려고 한다. 목적지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알아두고 기억한 뒤, 씩씩한 발걸음으로 찾아가는 거다. 마치 현대의 공간을 탐험하듯이 그 주변을 발이 아프리 만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힘들게 찾는 거다. 물론 지치고 힘도 들고 시간도 걸린다. 허나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 아니다. 내겐 시간이 있다. 생수 한 통, 초코바 하나, 그리고 음악이 함께 한다면 내 튼튼한 두 다리로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조금은 어지러운 아스팔트 위의 빌딩 숲을 헤매다 빛나고 있는 목적지에서 용무를 보고, 이젠 알고 있는 조금 전의 낯선 거리를 역으로 걸어 돌아오는 길은 정말 보무도 당당한 모습으로 생각하여 상쾌한 피로감을 느낀다.

홀로 걷는 거리는 내게 고독의 양면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인파 속을 지나가지만 결국은 나 혼자 가는 길-거기서 느끼는 건 혼자라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자유다. 이 모순적인 느낌은 나로 하여금 꽤나 즐거움을 맛보여주는 것이다.

혼자라는 외로움-그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들, 사람들이 함께 있어 기쁜 시간이 있듯이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외롭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는 것은, 그리고 그것조차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한 걸음걸음마다 알아간다는 것은 조심스레 사금을 캐는 것과 같은 즐거움인 것이다. 또 혼자라는 자유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나의 경쾌하고 무겁고 자유분방한 발걸음을 즐기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와 함께 하고 또 내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여 간다는 것은 흔한 RPG의 대리적인 자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즐거움인 것이다.

혼자서 걸어가는 길이지만 완전한 혼자는 아니다. 분주한 발과 눈에 비해 한가한 귀를 달래주는 이어폰의 음악이 있고 출출함을 달래주는 초코바가 있고 갈증을 달래주는 생수한통이 있다. 가끔 드는 생각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사람들을-혹은 나를 걷게 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부러 걷는 탓에 조금 지칠 때가 오면 옆을 스쳐 가는 풍경 중에서 편의점을 찾아 값싼 초코바 하나와 생수 한 통을 집어든다.

비싼 초코바나 과자 따위는 안 된다. 비싼 것은 내가 걷는 길을 사치스럽게 하고 과자는 자유로이 흔들릴 내 팔을 그 봉지로써 묶어두기 때문이다. 또 콜라나 다른 음료수도 안 된다. 음료수의 맛이나 탄산은 한순간 나의 입을 즐겁게 하고 나의 걸음을 상쾌히 하지만 다 먹고 나서 얼마 뒤의 내 입은 약 기운이 떨어진 마약 환자처럼 또 다른 텁텁함과 갈증을 부른다. 그건 나의 걸음에 방해가 된다. 그것 역시 내가 걷는 이유와 맞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초코바를 씹고 생수를 마시며 터벅터벅 걷는 나는 적절한 기운과 즐거움을 얻으며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걸음 중에 듣는 음악-나는 귀가 짧아서 장르를 불문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만 녹음해 둔 카세트 테이프 한 두개를 가지고 길을 나선다. 느린 음악과 빠른 음악이 대중없이 섞여있는 테이프의 레퍼토리는 나의 걸음 속도를 조절하고 또 내 기분을 조절한다. 100% 알아들을 수 없는 음악들의 템포에 맞춰 내 보폭이 변하고 멜로디의 느낌은 잠시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준다.

아스팔트를 걸어가는 내 마음이 일순간이나마 들길, 풀밭길, 우주를 걷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많은 내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나도 음악만 들을 수 있다면 10시간이라도 걸어줄 수 있다고 할까?

목적지를 향할 때의 활기찬 걸음도 걷지만 밤이 되어 지친 몸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의 걸음-그것은 비록 기운이 없고 조금은 허탈한 걸음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갈 때의 백리는 올 때의 오십리라는 것을 실감하며 걷게된다.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씩 다가오는 나의 휴식처, 나의 안식처, 이번엔 너무나 익숙한 풍경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눈감고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길을 ‘어쨌든 해치우고 보자’ 라는 기분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또 다시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는 이 출발점, 나의 휴식처, 나의 안식처였던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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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경에, 군생활 하면서 끄적였던 노트의 것을 언젠가 옮겨 놓은 것을 찾아내어 올려본다. 본문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는 cdp와 mp3p를 거쳐 지금은 프습이 되었고, 대학시절처럼 내키는대로 걸음을 옮기지는 못하지만, 오랫만에 약속이 취소되면서 얻게된, 그러면서 나름대로 화창한 여름날의 오후는 이 글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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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류..라는 만화의 한장면
+   [이야기]   |  2005. 7. 20. 22:45  

친애하는 동생 존슨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말하자면 상당히 일본 경제에 도움을 주는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일본에서 만들어진 만화를 많이 보던 차에, 혐한류라는 제목의 만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욘사마'로 대표되는 한류를 꼬집고 한국을 씹어보겠다는 논조의 만화임이 분명한데, 독도를 그려놓은 이 부분을우연히 보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뭐.. 일단 조선사람이라면 당연히 피가 거꾸로 솟을, 그리고 비웃음이 나올 이야기이긴 하지만,실제로 독도나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에 대해 조선사람들 개개인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을까? 저 위에 번역되지 않은, 한국인을 묘사한듯한 검은 실루엣의 사람들의 대사들을 보면 '반성해라', '공부해라'라고 씌여있다. 사실 우리가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공부하라고 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독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역사 왜곡 교과서가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본의 가부키나 중국의 경극에서 우리나라 위인들이 나쁜놈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들은 입장의 차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포용력 정도는 가지고.

자..위 그림을 보시면 누구나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는 대사가 마지막 컷의 대사이다. 이미 일전에 손석희 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담에서 논리로 치고 들어갔을 때 어물대는 KT 직원스러운 변명만을 반복한 일본 시의원(이던가 국회의원이던가)의 전례도 있고, '이성적'이라는 어휘를 사용해서 비난할 것이 냄비근성으로 무장한 조선인들의 일본 씹기인지, 유물을 날조해 있지도 않은 석기시대를 만들어 역사를 바꾸고 위장하려는 역사적 열등감에 버무려진 일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인지, 잘 생각해서 이성적으로 '이성적'이라는 어휘를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듣자하니 일본 국민들은 한류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도 많고, 진심으로 한일 우호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일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2차대전 시절의 향수와 그들 나름의 애국 때문에 한일 관계가 비틀어진다고들 하더라. 저런 만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자기들 얼굴에 침뱉는 행위이자 자기 무덤파는데 한 삽 거들어 주는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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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이야기]   |  2005. 7. 12. 10:26  

바람 (2005)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다, 문득 생각이 나서 통장을 챙겼다. 오랫동안 하지 않은 통장정리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나서, 그 절반 정도의 기간 동안 정리하지 않은 통장 두 개를 챙겨들고 사옥 밖으로 나섰다. 목도리와 패딩 점퍼로 무장하고 출퇴근길에 떨던게 불과 3~4일 전인데, 공기는 놀라우리만치 부드러워져 있었고 바람도 따스함을 머금은 차가움으로 뺨에 와닿는다 .매서운따가움으로 따귀를 때리던 며칠 전의 바람과 비교하니, 참으로 대단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맑지 않은 하늘 아래, 동절기용 사원 점퍼를 입고, 통장 두 개를 소중히 품고 은행을 향하는 늦은 점심시간이 조금 이른 봄기운을 탐색하는 채집꾼이 된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어딘가의 가게에서 크게 틀어놓은 라디오의 멘트가 들렸다. 점심시간에 방송되는 가요 리퀘스트 프로그램-애청자들이 보낸 엽서와 인터넷 투고를 통해 신청곡을 가려, 그것을 방송하며 몇 가지 코너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들려왔다. 문득, 4년 전에 군생활하던 시절의 점심시간의 여유와 닮았다는 생각이 머리 한 쪽을 스치는 것과, 그 시절의 정취를 실은 바람이 코끝에 잠시 걸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나는 후방의 모사단에서 의무병 생활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군대에서 어지간하면 점심시간의 여유는 보장되어 있었다. 여유가 있다고는 해도, 딱히 할 만한 일이 없는 곳이 또 군대인지라 나는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유행하는 노래들과 신청곡들을 방송해 주는 프로그램을 점심시간에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점심을 먹고 와서 유쾌한 목소리의 DJ가 진행하는 그 프로그램을 듣는 것의 거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세척한 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손을 전투복에 대강 문질러 닦고 라디오의 스위치를 켜는 그 순간은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대중가요를 그리 많이 듣지 않는다. 주변 사람이 정말 좋은 노래라며 아주 추천해 주지 않는 다음에는 스스로 찾아서 듣는 경우가 거의 없고, 라디오보다는 몇 백 번은 들은 익숙한, 그러면서 흘러간 노래를 담은 CD를 듣는 일이 많다보니 신곡에는 어두운 편이지만 군생활을 하던 그 당시에는 조금 달랐다. 그런 점은 모든 군인들의 공통적인 모습이겠지만. 그 때 듣던 노래들은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추억이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해 준다고 했던가, 길고 지루했던 군생활속에서 찾던 여유 속에 있던 - 지금은 이름을 잊은 여자DJ의 유쾌했던 진행과 목소리와 노래들은 그것이 언제였건간에 따사로운 여름의 햇살을 맞으며 물기 묻은 손을 털며 의무반으로 달려오던 군복입은 나를 떠오르게 한다. 군인인 나를 스쳐 지나가던 그 곳의 따스한 바람...

 그 바람이, 금방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저 느껴질 뿐인 바람은 희미한 미소를 내 머릿속에 떠올리며 온화한 햇살이 굽어보는 도시를 거닐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멀리서 그랬던 것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며 빙그레 웃는다. 나도,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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