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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 2006. 1. 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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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주의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쓰고 있는 휴대폰을 바꿔준단다. 워낙 이런 류의 사기 전화가 많아서 관심없다고 하자, KTF 본사라며 바득바득 전화를 못 끊게 한다. 내게 전화기를 거저 바꿔주는 저의가 뭐냐고 항변하자, 내가 한 전화번호를 오래 써서 서비스로 바꿔주는 거란다. 몇번을 의심하고 재차 문의한 끝에, 내 고객 레벨이 다이아몬드로 올라가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작년까지는 골드였는데, KTF 카드도 새로 보내주면서 폰을 바꿔준단다. 최신형과는 거리가 먼, 조금 된 기종이긴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녀석의 배터리 수명이 조금 문제가 생겼던 터라 슬슬 바꿔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마고 하자마자, 한 대리점에서 택배를 발송했단다. 그리고 설연휴 직전인 금요일, 집에 택배가 도착했다. 30분 정도 폰을 끄고 기다리자, 새로운 기계로 개통이 되었다. 이렇게, 내 3번째 손전화가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전에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이곳에 옮긴 글에, 지금 쓰고 있는 전화기로 바꾸던 날의 기록이 있다.(http://blog.paran.com/bhj/5046941) 그 날도 조금은 가라앉은 기분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는데,이번엔 설날 아침에 차례를 올리기 전에 마음이 동해 키보드를 달리고 있다. 내 두번째 전화기 X4900은 당시 기기보상교환 행사를 통해 바꾼 기종이었다. 첫번째 전화기 MP8800의 배터리 문제 때문에 교체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막 가져왔을 당시엔 거의 최신 기종이었고 주변 사람들 중 최초로 40화음 벨소리를 선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1달도 안되어서 삼성에서 출시한 최초의 카메라 폰이 등장하면서 찬물이 끼얹어지긴 했지만. 무선인터넷도 조금은 됐었고, 의외의 기능과 상당한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만 3년이 조금 지나는 동안 내 왼쪽 바지 주머니를 지켜온 녀석은, 언젠가 모토로라 MP8800이 그러했듯이 모든 기능이 초기화 된 채로 처음 들어있던 케이스에 들어가 있다. 안에 들어있던 전화번호들을 옮기러 KTF 대리점을 찾아가 전화번호를 옮기는 동안, 갓건담에 샤이닝건담의 데이터를 옮기는 데이먼 캐쉬가 된 듯한 복잡한 심정을 가지기도 했고, 1년 넘게 기계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포켓몬스터 마이난 스트랩은 항상 그렇듯 뭐가 그리 즐거운지 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생채기가 나서도 끝까지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고 보면, X4900과 함께 한 수많은 기억들도 초기화와 함께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즐겁게 즐겼던 게임 '놈'과 '마린블루스', '푸쉬푸쉬'도, 끝끝내 지우지 못하고 몇번을 다시보며 추억에 젖어들었던 몇 개의 문자 메세지도, 그리고 역시 지우지 못했던 사진도. 최신형 기계들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기능들 뿐이긴 하지만 전화를 받고 진동을 느끼고 문자를 보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계를, 나는 또다시 시간의 흐름과 대세라는 이유를 대며 처음 받았던 박스에 포장을 하여 택배로 보낼 예정이다. 동남아로 갈지 폐기가 될지 임대폰으로 재활용될지는 KTF 본사만이 알고 점칠 일이겠지만, 전화번호를 이어받은 세번째 폰으로 계속 추억을 만들고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 만은 확실하다.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던 나의 두번째 폰 X4900에게 마지막으로 감사를.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포켓몬스터 마이난의 미소처럼, 누구의 손에 쥐어지더라도 웃음을 머금으며 임무를 계속해 나가기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내 왼쪽 바지주머니를 지킬 새로운 폰에게 인사를. 이로써, 다시 찾을 수 없을 세월의 흔적이 하나 더 내 곁을 떠나가려 한다...
추가 -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이 있는 동생의 블로그를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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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 2005. 12. 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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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 주시고 갈궈주시고 선물 요구하신 수많은 분들 덕분에, 위도상으로 무척 높지만 경기도 고양시 보다 포근했던 홋카이도에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니 수요일이라, 일단 언젠가부터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것부터. 26118 스타-토라인 SE7EN 26117 Asrun Dream Gackt 26119 ETERNAL BLAZE 미즈키 나나 26116 Supernova Bump of Chicken ..이상 4곡이 업뎃 되었군요. 아는 곡은 각상의 아스런 드림과 범프의 수퍼노바인데, 수퍼노바는 홋카이도에서 동생녀석의 열창을 들었으므로 그다지 신기하지 않고(랄까, 최근의 범프 신곡은 왠지 당연히 들어오는 곡처럼 되어버린 느낌..) 각상 쪽은.. 으음.. 다음달에 콘서트 보러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셋리스트 나오면 공부 좀 해야할 듯한.. 이터널 블레이즈는 뭔지 모르겠지만 미즈키 나나라는 이름을 보니 애니송일 것 같군요. 세붕의 스타트 라인은.. 흐음. 왠지 좀 신기하네요. 아아.. 그나저나 여독도 풀고 여행기도 써야하고 망년회도 달려야하고 회사도 가야하고.. 휴가가 끝나니 할일이 많아져 버렸습니다. 근데 왜 안하던 경어를 쓰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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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 2005. 12. 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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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잠시 커플들 꼴보기 싫어 도망갔다 오겠습니다~~~
즐겁고 충분히 성적이고 성스러우며 성가신 명절들 되시기 바랍니다!! 몸 건강히 다녀올게요~~
** 위 그림은루리웹펌질 및 직접 스캔한 것입니다. 마지막의 케로로 보드게임은 출력해서 놀아보면 더욱 즐거운 성탄절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를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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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 2005. 12. 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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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와 망년회. 같은 의미로 쓰이긴 하지만 어감의 차이는 현저하다. 송년회라고 하면 어딘지 모를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고, 망년회라고 하면 흥청망청 망가지기 위한 모임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요즘은 송년회라는 말을 더 널리 쓰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만, 흥청거리는 망년회 쪽이 어쩐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은 그 근원을 찾을 수 없지만 보다 선명하다.
저물어가는 2005년도의 첫 송년회는 올해 뜨거웠던 것에 포함되는 서바이벌 모임의 망년회였다. 팀 블랙라군의 망년회로, 9명의 인원이 모여 복작복작 즐거운 자리를 가졌더랬다. 회비를 걷어 간단히 술과 요리를 시키고, 갖은 음담패설을 일삼으며 먹거리를 마치고 위닝과 인터넷, 잡담등을 즐기다 느즈막히 노래방에서 버닝, 돌아오는 길에 12시 넘어 김밥과 라면을 먹고, 숙소로 쓰인 블랙라군 팀장님의 집에서 좀더 노닥거리다 한명씩 전사... 라는, 다분히 소비지향적에 남는 것 없는 전형적인 망년회를 가졌더랬다.
사실 모임이란게 그렇다. 서양처럼 근사한 파티문화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주머니에 돈들이 많아 비싼 술 거하게 빨고 단란한 술집으로 2~3차를가거나 므흣한 안마를 받으러 가는 등의 어른 놀이를 즐길 여건도 안되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그럭저럭 건전한 청년들이 모여서 논다는 것이이와 같은 형태를 탈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만 이러고 논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먹고 마시고 소리지르고노는 전형적인 한국적 모임을 가진 후기를 끄적거리는 이유는 그 모임이 그저 즐거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임을 마치고 오후가 되어 스멀스멀 자리를 걷고 일어나 집으로 오는 길에, 내가 졸업한 대학을 가로질러 전철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졸업한, 말하자면 모교는 90년대 중반까지 데모쟁이들의 학교라는 별명을 달고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족벌사학-비리의 온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런, 나름대로 S대라고 우기는 그런 학교다.(이 정도면 알겠지.) 모교욕을 하면서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은게 아니라, 아무튼 교정을 가로질러 정문의 전철역으로 향하는 오후 2시가 지난 겨울날 일요일은, 무척이나 한가로운 낮은 태양과 그 햇빛이 만들어 내는 뜻모를 눈부심, 그리고 차가운 공기와 한적한 적막이 있는 시간이었다. 적막하고 한가롭기로 따지면 본인의 자택만큼이야 하겠느냐만서도,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자그마한 대학교의 겨울을 지나는 교정이 가진 공기의 느낌이란 것은 원서를 넣으러 온 고3 수험생과 대학생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감회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그 교정에서 군입대를 경계로 두 번의 사랑을 나누었고 평생의 지기를 얻었고 사회도 아니면서 무척이나 더러웠던 꼰대들을 보게 되었던 나에겐, 곁에 함께 했던 귀가길의 동료들과 함께 기묘한 향수에 잠시 젖을 수 있었다.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은 거의 맛볼 수 없는 한가한 겨울 오후 교정의 공기, 이것이 2005년 첫 송년회가 내게 준 송년 기념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감상주의인 걸까?
돌아오는 길에는 아직 남아있는 멸종 위기의 천연 기념소, 헤홍오락실에서 간만에 대전을 즐기고, 흔들리는 전철 속에서 시덥잖은 농담을 함께 했다. 그렇게 소비 지향적으로 흥청거리며 지나간 주말이었지만, 내게는 오후의 낮은 태양이 비추는 여유로운 교정같은 주말이었다. 다음번 망년회는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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